유령선-4

2026. 9. 28. 07:36ㆍ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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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터 오르기 직전, 3층 구석의 빈 객실 안으로 서늘한 푸른빛이 비집고 들어왔다.

잠시 눈을 붙였던 강인국 형사가 묵직한 두통과 함께 눈을 떴다. 창문 너머 동해 바다는 여전히 짙은 잿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수평선조차 구분할 수 없는 아득한 안개 벽은 마치 크루즈 전체를 세상과 격리된 기괴한 무인도처럼 가둬두고 있었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 이마를 짚은 강 형사의 귓가에, 잠들기 전 3층 비상계단에서 만난 직원의 떨리던 음성이 환청처럼 맴돌았다.

'총소리가 나고 얼마 안 돼서 아이 웃음소리 같은 게 들렸어요... 성인만 탑승 가능한 배인데 말이죠.'

초화화 크루즈의 한복판, 그것도 실탄이 발사된 직후 들려왔다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단순한 환청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섬뜩한 장난이었을까.

강 형사는 담배를 꺼내 물려다 말고 창밖의 자욱한 안개를 가만히 응시했다.

바다 향을 머금은 눅눅한 안개, 그리고 6층 스위트룸에서 다시 만난 옛 사수 최 경감의 눈빛. 그 두 가지가 겹쳐지자, 강 형사의 기억은 통제할 수 없이 아득한 과거의 한 장면으로 곤두박질쳤다.

형사라는 직함을 처음 달고 수사과에 배치되었던 풋내기 시절, 자신이 처음으로 맡았던 그 사건이었다.

바닷가 마을 포구에서 유치원생 아이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신고를 받고, 신참이었던 강 형사는 당시 반장이자 본인의 사수이던 최 경감을 따라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식적인 형사의 직관을 비껴갔다.

아이의 시신이 발견된 포구는 아이가 최초로 실종되었다던 해변에서 무려 30km나 떨어진 곳이었다. 일곱살 어린아이가 혼자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절대 아니었고, 해류의 흐름을 계산해 보아도 짧은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없는 위치였다.

누군가 아이를 납치해 이동시킨 뒤 유기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최 경감은 상부와 유족들에게 사건을 빠르게 '실족에 의한 익사'로 보고하고 서둘러 종결지었다.

'발견된 지 너무 오래되어 부패가 심하다. 부검을 하면 아이를 두 번 죽이는 거다.'

최 경감은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그렇게 설득했고, 부검조차 거치지 않은 채 아이의 시신은 빠르게 화장터로 향했다. 타살을 의심하며 계속 의문을 제기하던 신참 강 형사의 목덜미를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가 캔커피를 쥐여주던 사람도 최 경감이었다.

"인국아. 억울한 죽음 하나하나에 다 감정 이입하면 형사 오래 못 한다. 증거가 없으면 때로는 깔끔하게 보내주는 것도 유족을 위한 길이야."

그 시절의 강 형사는 그것이 후배를 아끼고 유족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거친 베테랑 형사의 따뜻한 배려라고만 믿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오늘, 고급 시계를 차고 재벌 회장의 잔에 얼음을 채워주던 최 경감의 모습을 보고 난 뒤에야... 강 형사의 가슴속에서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서늘한 의구심이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배려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급하게 덮어야만 했던 자의 조급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객실 바깥 복도 쪽에서 누군가의 은밀하고 나직한 발자국 소리가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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