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선-3

2026. 9. 26. 07:40ㆍ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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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층 VIP 스위트룸의 무거운 마호가니 문이 닫히자, 푹푹 차오르던 무거운 공기가 순식간에 차가운 정적으로 바뀌었다.

강 형사는 6층을 벗어나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내려갔다. 먼저 내려가 복도를 파악하겠다던 도 형사를 찾기 위해서였다. 3층 객실 복도 구석에서 서성이던 도 형사는 강 형사가 접근하자 서늘하게 굳어 있던 표정을 싹 지우고 싹싹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선배님, 벌써 나오셨습니까?"

"도 순경. 유 회장이나 최 반장님 앞에서는 대충 둘러댔지만... 느낌이 안 좋아. 선장실로 올라가서 진짜 운항 일지랑 선내 시스템부터 확인하자."

도 형사는 이미 배의 구조를 완벽히 숙지하고 있는 듯, 머뭇거림 없이 선장실 직통 엘리베이터 위치를 안내하며 앞장섰다.

"7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선배님. 이쪽에 선장실로 바로 올라가는 통로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7층 최상층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탁 트인 바다 전망창 너머로 짙은 안개가 벽처럼 가로막은 선장실이 나왔다. 정복을 단정하게 갖춰 입은 선장이 기다렸다는 듯 두 사람을 맞이하며 마호가니 책상으로 안내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형사님들."

선장이 찻잔을 내어놓으며 모니터 화면을 두 사람 쪽으로 돌렸다. 화면에는 새벽 3시 302호에서 벌어진 사건 개요와 탑승객 전산 데이터가 떠 있었다.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두 분 형사님도 이미 보고받으셨겠지요."

선장이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새벽 3시, 3층 302호에서 총성이 울려 보안팀이 갔을 땐 벽면에 9mm 총탄 구멍만 박혀 있었습니다. 문제는 302호에 등록된 30대 남성 승객입니다. 승선 시스템엔 분명 입실 데이터가 들어와 있는데, 그 남자가 게이트를 통과해 배에 오르는 모습은 있으나 객실 밖으로 나온 실물 동선은 CCTV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유령'입니다."

강 형사는 턱을 괠 채 모니터의 데이터를 꼼꼼히 훑었다.

"6층 스위트룸에 있는 유 회장님이나 최 반장님은 수사를 최대한 조용히 끝내길 원하고 있습니다. VIP 승객들의 안위를 핑계 대고 있지만, 실상은 저층 302호에서 발생한 총성과 사라진 유령 승객의 존재가 배 안에 소문나는 걸 막으려는 거겠지요."

강 형사의 말에 옆에 서 있던 도 형사가 수사 가방을 다잡으며 나섰다.

"선배님, 승객들 사이에 경찰 신분으로 대놓고 돌아다니며 조사를 시작하면 유 회장님과 최 경감님 귀에 즉시 들어갈 겁니다. 판이 흐려질 수 있어요."

"그럼 네 생각은 뭐냐?"

"제가 일반 승객인 척 위장하겠습니다."

도 형사의 눈빛이 차분하게 빛났다.

"사라진 30대 남성이 머물던 3층 302호 주변이나, 승객들이 모이는 4층 메인 라운지와 바(Bar) 쪽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겠습니다. 실종된 그 30대 승객과 동선이 겹쳤거나, 혹은 그 남자를 목격한 승객이 있는지 사적으로 섞여 들어가 찾아보겠습니다. 승객들끼리의 대화 속에서 풀리는 단서가 훨씬 솔직할 겁니다."

강 형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 형사의 말이 맞았다. 화려한 경찰 정복이나 신분증을 내밀고 객실 문을 두드려봐야 유 회장의 압력을 받은 승객들은 입을 다물 게 분명했다.

"좋다. 승객 쪽은 네가 평복으로 위장해서 조용히 파헤쳐봐라. 대신 너무 깊게 튀지 않게 조심하고."

"알겠습니다, 선배님."

"그럼 나는 직원들 위주로 조사하겠다."

강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권총 집의 위치를 다잡았다.

"VIP나 일반 승객들과 직접 접촉하는 건 리스크가 크지만, 그들에게 음식을 나르고 방을 청소하는 크루즈 직원들은 다릅니다. 승객들은 하우스키핑이나 룸서비스 직원을 마치 벽지나 가구처럼 취급하곤 하죠. 그 덕분에 직원들은 승객들이 방심하고 내뱉은 대화나, 통제된 3층 복도에서 일어난 이상한 일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고 듣습니다."

선장이 깊은 한숨을 쉬며 3층 객실 구역 및 승무원 전용 통로 Master Key 카드를 강 형사에게 슬그머니 건넸다.

"3층 승무원 전용 통로와 하부 통제실 출입 키입니다. 주방팀과 하우스키핑 3조 직원들이 새벽 3시 총성 직후 302호 복도 근처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필요한 게 있다면 공식 기록에 남지 않는 선에서 돕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장님."

30분 뒤, 도 형사는 정장 재킷을 벗고 세련된 캐주얼 차림으로 착장을 바꾸었다. 투숙객용 가짜 룸 카드를 손가락 사이로 만지작거리며, 승객들이 모여드는 4층 중앙 라운지의 화려한 조명 아래로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갔다.

고급 위스키 향과 모닝 피아노 연주가 흐르는 라운지 테이블 사이를 거닐며, 도 형사는 302호 유령 승객의 인상착의가 담긴 사진을 손바닥 안에 숨긴 채 사교적인 미소를 띠고 승객들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강 형사는 화려한 카펫이 깔린 3층 복도 뒤편의 어두운 승무원 전용 통로로 들어섰다.

비상 계단 구석에서 떨고 있던 20대 하우스키핑 담당 직원을 만난 강 형사는 친근하게 캔음료를 내밀며 나직하게 물었다.

"새벽 3시, 302호 문 앞에서 총성 흘러나왔을 때 청소 카트 끌고 지나가고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상한점 없었어요?"

직원이 좌우를 살피며 강 형사의 손에 들린 경찰 신분증을 확인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그게... 총소리가 나고 얼마 안 돼서 아이 웃음소리 같은게 들렸어요 분명. 저희는 성인만 탑승 가능한 배인데 말이죠. 환청인가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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