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선-7

2026. 10. 4. 07:29ㆍ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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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층 VIP 전용 스위트룸. 은은한 주황빛 조명이 감도는 욕실 안에서, 유 회장은 오케스트라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 얼음을 채운 위생 잔에 25년산 위스키를 넘칠 듯 따라 기울였다.

어젯밤 302호에서 울려 퍼졌던 총성, 그리고 온 배를 옥죄어 오는 짙은 안개 때문에 온몸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유 회장은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로 귀를 채우며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장엄한 바이올린 선율 틈새로, 아주 낯설고 눅눅한 소리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첨벙. ... 첨벙.

욕조 배수구와 벽면 환풍기 안쪽에서 무언가 물을 자박거리며 튀기는 소리였다. 유 회장의 손끝이 순간 굳어버렸다. 잔 속의 얼음이 잘그락거리며 진동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유 회장이 수건을 신경질적으로 집어 던지며 환풍구 쪽을 노려보았다. 배수구 안쪽 깊은 곳에서, 시원한 바닷바람 대신 소름 끼치도록 차갑고 축축한 음성이 나직하게 스며 나왔다.

'히히... 아저씨...'

"크윽!"

유 회장이 잔을 놓쳐 바닥에 산산조각을 냈다. 노란 위스키와 얼음 조각이 고급 대리석 바닥 위로 흐트러졌다. 유 회장은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가운을 둘러매고 허둥지둥 스위트룸 문을 열어젖혔다.

"어이! 거기 아무도 없냐!"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 두 명이 놀라 스위트룸 안으로 급히 들어왔다.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경호원 중 한 명이 급히 선내 내선으로 연락을 취했고, 소식을 들은 최 경감이 서둘러 유 회장의 방으로 달려왔다. 바닥에 깨진 유리 잔과 흩어진 얼음을 확인한 경호원들은 지체 없이 잔해를 수습했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유 회장의 어깨를 최 경감이 다독이며 달래주었다.

"회장님, 가위라도 누르신 겁니까. 정신 차리십시오. 바깥은 경호원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아니야... 환풍구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쳇, 답답하구만. 바람이나 좀 쐬러 나가자."

유 회장이 가슴을 쥐어짜며 가쁜 숨을 내쉬자, 최 경감은 고개를 끄덕이며 회장을 보위해 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스위트룸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서는 순간, 두 사람의 발걸음이 거짓말처럼 딱 멈춰 섰다.

6층 VIP 복도 한복판. 비상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쪽에서 이어진 것이 아니었다. 복도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부터 시작되어, 방금 전 유 회장이 걸어 나온 스위트룸 문 바로 앞까지 축축한 바닷물로 젖은 작은 아이의 발자국이 점점이 찍혀 있었다.

붉은 카펫 위로 검게 번져나가는 발자국에서는 포구 바닷가의 짠내와 눅눅한 갯벌 냄새가 물씬 풍겨 나오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복도 바닥을 확인한 유 회장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핏기가 싹 가신 유 회장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고, 최 경감 역시 굳은 표정으로 권총집으로 손을 가져갔다.

"어떤 놈이 이런 장난질을 쳐!"

최 경감은 즉시 보안팀장을 불러 6층 복도를 비추는 CCTV 모니터링실로 달려갔다.

크루즈 중앙 보안실. 수십 개의 모니터가 차가운 푸른빛을 내뿜고 있었다.

"몇 분 전 6층 VIP 복도 녹화본 재생해 봐. 당장!"

최 경감이 고함을 치자, 보안팀장이 떨리는 손으로 타임라인을 3분 전으로 되돌렸다. 모니터 화면 속 6층 복도는 적막함 그 자체였다. 문을 열고 나온 유 회장과 최 경감 외에는 그 어떤 사람도, 심지어 작은 쥐 한 마리조차 복도를 지나가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사람 모습이 전혀 안 찍히잖아!"

최 경감이 모니터를 부술 듯 가리켰다. 보안팀장이 침을 꼴깍 삼키며 중얼거렸다.

"실시간 화면을 다시 보시죠... 최 경감님."

보안팀장이 실시간 6층 복도 화면을 확대했다.

화면 속 복도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조용하던 붉은 카펫 위로, 누군가 투명한 발로 꾹꾹 눌러밟듯 카펫 패브릭이 순간적으로 눌리며 바닷물이 스며드는 광경이 화면에 실시간으로 찍히고 있었다.

꾹. ... 꾹. ... 꾹.

아무것도 없는 공기 중에서 만들어지는 일곱 살 어린아이 크기의 젖은 발자국.

"이... 이게 무슨..."

베테랑 형사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최 경감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싹 가셔나갔다. 모니터의 푸른빛 아래, 최 경감의 눈동자가 이성을 잃은 채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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